띵똥이 출산기
제왕절개일이 잡히고 나는 하던일을 그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고 있었다. 일요일 새벽까지 일하던게 무리였던건지 일주일을 앞두고 새벽에 양수가 터져 결국 아무것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한채로 앞당겨 출산을 하게 된 산모다.
아기한테 너무 미안한데 건강하게 잘 태어나서 너무너무 고맙다.❤❤❤
병원검진을 가니 바로 입원하고 오후에 수술들어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마무리했어야할 일들을 뒷수습하러 전화를 돌리고 새벽부터 열심히 지방출장가고있던 남편을 다시 호출하고 양가 부모님께 간략히 알리고 입원수속을 하고 홀로 수술대기실에 입성하였다.
이것저것 급히 출산모드로 들어가느라 진통이 다가오고 있는것도 잘 모르고 있었던거 같다.
내가 준비해야할것들이 마무리되고 안정을찾고 수술대기실침대에 누워 태동을 느끼고 있다보니 진통의 강도가 점점 쎄지는게 그리고 너무아파서 숨쉬기도 힘들어진다는게 바로 내 앞에 도착했다. 옆에서 응원해줘야할 남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진통의 공포와 맞서기위해 임산부요가에서 배우 라마즈 호흡을 시전해 보았다.. 아 기억이 도무지 안나더라 입으로 들이마시고 코로 뱉었는지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었는지.. 일단 되는대로 호흡을 짧게하며 나름 라마즈호흡이라고 믿고 진통의 곡선들을 넘기고 있으니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측은히 여기셨는지 수술시간을 조금 앞당겨 주셨다!!!
그 사이 도착한 남편을 다시 심부름 보낸 사이 나는 수술실로 입장!★
수술실은 꽤 넓었고 굉장히 밝고 약간은 차가운 분위기였지만 분주히 움직이는 의료진 덕분인지 뭔가 생업의 현장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수술대에 오르니 능수능란한 마취과 선샹님께서 내 긴장을 풀어주시며 자세를 잡게 해줬다. 말이 많으신 분이었고 나름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나와 유머코드는 맞지 않아 보였다.
하반신 마취제가 투여되자 나는 숨쉬기 어려워져서 다급히 선생님을 불렀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상호흡으로 돌아온거 같다. 하반신에 쥐가난다 싶더니 열이나고 점점 느낌이 사라지니 담당의 선생님 목소리가 반갑게 들려왔다.
선생님이 나에게 뭐라고 말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금방 나올거라고 했던거 같기도.. 여튼 언제 내 배를 가르나 의식없는 내 하반신에 집중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2시 51분 출산하였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아기 울음소리도 들린다. 아주 건강하게 잘 태어났어요~~ 하고선생님의 맨트도 들었던거 같다. 살짝 미소지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앙~~ 울고있는 우리 띵똥이가 인사하러내 옆에 왔다. 눈물 날 줄 알았는데 그저 웃음만 나고 기분좋게 잠들어 버렸다. ^^
다시 정신이 들자 온몸을 떨고 있는 내가 느껴졌고 남편목소리도 들렸다. 한참 떨리다가 좀 잠잠해 질때쯤 입원실로 빠르게 이동되었고 배에 묵직한게 달리고 팔에 주사바늘도 꼿았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점점 아픔이 느껴지고 고통의 울부짓음이 시작되었다
공포의 첫날밤 무통주사 단추가 유일한 희망같아 보였지만 효능은 미지수였고 울며불며 첫날밤이 지나갔다.
새벽에 맞은 엉덩이 주사 덕에 잠깐이나마 고통을 잊고 잠에 들었고 다음날도 소변줄을 달고 누워 무통주사 단추를 열심히 눌러가며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기고 삼일째가 되니 천천히 걸을 수도 있게 되고 세수도 할 수 있었다.
남편과 둘이 밤늦도록 히죽히죽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좋은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왠지 엠티온거 같다며 ㅋㅋㅋ 우리 띵똥이는 외로이 낯선 아기들과 함께 신생아실에 남겨놓고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미안하고 띵똥이 안쓰럽다 ㅜㅜ
4일째 되는날 드디어 띵똥이를 안아봤다. 면회때 본것보다 더 작아보였다. 목이 가늘가늘 미안한마음이 훅 올라온다. 자느라 엄마가 온지도 모르나보다. 첫 젖물림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첫 온기를 나눈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밤에 부랴부랴 모유수유 준비를 시작했다 상황상 모자동실도 안되고 아직 젖도 나오지는 않는 상태지만 지금 뭔가 해줘야 한다는 팁을 듣고 동영상 찾아가며 유축기작동을 시작.. 수유교실에서 배운것을 기억해내서 3분3분 3세트를 돌고 나니 젖병에 노란빛 물이 한 열방울 정도 모인거 같다. 밤새 짜다가 아침에 전달해 주려고 했었는데 그 새 까먹고 나는 새벽이 온 지금 이런 글이나 쓰고 있군.
밤 새 가려움증에 시달리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다.
소중한 열방울은 냉장고 안에 있다. 아침이 밝으면 퇴원수속 밟고 바삐 조리원으로 향해야 한다.. 초유가 아주 귀한건데 아쉽지만 오늘 조리원가서 직수로 초유를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해 봐야지.
우리부부는 결혼2주년을 병실에서 띵똥이와 맞게 되었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님편의 극진한 보호를 받으며 4박5일간의 병원생활이 마무리 되어간다. 병원 바닥에서 폼패드하나 깔고 코골고 자는 우리 남편♥ 너무 고맙고 사랑해
이제 완전 날이 밝은거 같다. 오늘 무탈히 퇴원하고 2주간의 조리원 생활도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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